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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용산 '악몽'...용강에서 철거민 사망

아파트 세입자 자살.."주거권 무시한 서울시가 범인"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용산 참사에 이어 정부와 서울시의 마구잡이 재개발로 인해 또 한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용강시범아파트 세입자 김아무개(66)씨가 마포구청이 고용한 철거용역 직원들과 몸싸움을 겪은 뒤 울분을 못 이겨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가 살던 용강시범아파트는 지난 2006년 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인 '한강조망권 녹지조성계획'에 따라 철거가 진행중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이 지역 부근에는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가 신축될 예정이며, 용강아파트가 철거된 자리에 녹지가 조성돼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자들은 남쪽으로 한강과 밤섬을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서울시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지난달 부터는 스스로 금지해 온 동절기 철거마저 감행해 왔다.

지난달 26일부터 재개된 용강시범아파트에 대한 철거 과정에서 철거용역들은 이사간 집의 배관을 뜯어내고 유리창을 부수는 등 아직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이에 주민들이 항의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김씨는 사고가 난 2일 용역들에 항의하다 심한 모욕을 당한 것으로 아파트 주민들은 전했다.

주민들은 7일 용강아파트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자살의 책임이 "주거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철거를 감행한 서울시와 마포구청에 책임이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용강 사고를 불러온 원인은 용산 참사의 그것과 너무도 유사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동절기 강제철거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용강에서는 올해 1월 용산의 경우처럼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동절기 강제철거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5일에도 서울시는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재개발지역 등에서 강제 철거를 감행해 이미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보상과 관련해서도 서울시는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7월 세입자들에게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를 모두 지급하라는 취지로 "임대주택 입주권을 줬다는 이유로 주거이전비 지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리자 주민들에게 공문을 보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은 주지 않겠다고 통보해 버렸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는 재개발, 뉴타운 지역 세입자 모두에게 임대주택을 의무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용강아파트 녹지조성계획은 재개발이 아닌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분류돼 임대주택 공급여부가 사업시행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같은 제도상 허점을 악용해 서울시는'서울특별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규칙' 7조에서 철거민에게 공급할 주택에 대해 "공가 임대주택에 한해서"라고 돼 있는 단서조항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하위규정을 근거로 '남는 임대주택이 없으니 1천만원 남짓한 주거이전비를 받고 나가라'는 것. 용산 철거민들의 임시상가, 영업보상비를 요구를 묵살한 서울시가 이번에는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고 철거민들을 거리로 쫓아내는 과정에서 또 한 생명이 희생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용강아파트에는 전체 500여 가구 중 6가구가 남아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남은 이들은 제 2의 용산 참사를 입에 올렸다.

박찬일 용강아파트 세입자모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시장은 이곳 세입자들에게 치졸한 보복을 그만둬야 한다"며 "아직 아파트에는 6가구가 살고 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이곳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강제철거에 내몰린 용강아파트 주민들 김씨의 자살소식에 안타까워했다. 7일 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로 남일당 건물 옆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서 이강서 신부는 김씨의 자살에 대해 "용산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우리의 염원이 짓밟힌 사건"이라며 "가난한 사람의 목숨은 이익과 언제든지 맞바꿀 수 있는 정부, 파렴치한 정권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씨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서민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만 이런 비극이 중단될 수 있다는 말이냐"며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더 이상 개발 때문에 서민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일만큼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아직 용산에서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호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결국 김씨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며 "가난한 세입자의 주거권을 무시하는 비정한 정부와 서울시가 그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유가족들과 세입자들에게 사과하고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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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12-07 22:38:59 ·최종업데이트 : 2009-12-08 15: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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