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노출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인터뷰] 패킷감청 당한 이경원 범민련 사무처장

김동현 기자
mailto@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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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년이었다. 이메일은 물론이고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고 어떤 글을 남기는지, 심지어 인터넷에서 무엇을 봤는지까지 ‘누군가’ 보고 있었다. 패킷감청은 인터넷 회선에서 드나드는 정보 전체를 가로채 감청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보기관에 의한 ‘패킷감청’은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됐으나 밝혀지지는 않았었다. 이경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처장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사무처장은 “이걸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라는 말을 많이 되뇌었다.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 느낌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던 그는 “모든 사람이 패킷감청의 대상이고 이미 당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치소에서 받아든 ‘통보’

감청

통신제한조치허가서 발부현황 중(이경원 증거자료 중 12228쪽~13398쪽)ⓒ 민중의소리

이 사무처장은 ‘감청’을 당했다는 사실을 구치소에서 알았다. 검찰이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나서 한 달 뒤에야 감청사실을 통보한 것이다. 이른바 ‘통신제한조치 허가서’였다. 그는 “허가서에 나온 것만 봐도 ‘이런 게 패킷감청이구나’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패킷감청은 사실상 그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의 모든 자료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몸이 구속된 상태였지만 굉장히 화가 났어요. 과거에 이런 짓까지 했구나. 이 놈들이 해도 너무하는 구나.”

하지만 검찰은 감청을 통해 얻은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사무처장에 대한 패킷감청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위법 논란’,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감청을 통해 얻은 자료가 증거로 제출될 경우 증거 채택이 안 될 가능성도 있었다.

“패킷감청을 통해서는 그냥 보는 거예요. 보고 나서 증거가 필요하면 이메일 압수수색을 하면 되는 거죠. 어떤 내용을 주고 받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조사한 뒤에 필요한 자료는 다른 방식으로 확보하는 거죠.”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을 보면서도 ‘감청’ 생각을 한다”

“이경원에 대한 패킷감청을 신청한 것일 텐데, 결국은 사무실을 같이 쓰는 사람들과 가족들, 지인들 모두를 감시한 꼴이에요.”

패킷감청은 ‘회선’을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회선을 누가 쓰는지와 상관없이 모든 정보를 가로채게 된다. 게다가 인터넷 사이트나 이메일 관련 정보는 물론 메신저 대화까지 다 감청되기 때문에 수사와 상관없는 온갖 사생활 정보들이 정보기관에 노출된다.

“나에 대해서 수사하다가 다른 사람으로 번져갈 수 있어요. 저에게 메일 보낸 사람을 추적할 수 있는 거죠. 그 사람은 수사대상도 아니었고 제게 어떤 의미로 이메일을 보낼지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모르는 사이에 감청 대상이 되는 겁니다.”

그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옆에 앉은 사람을 보면서 ‘감청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국정원이 패킷감청 장비를 31대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청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감청을 당할 수 있고, 정작 당하고 있는 사람은 모릅니다. 그와 관계돼 있는 주변 사람은 감청 대상이 됩니다. 전철에서 제 옆에 있는 사람이 어디선가 감청을 당했을 수 있죠. 감청이 인터넷만 있습니까. 전화, 팩스, 핸드폰, 위치추적까지 합니다.”

“정치인들은 물론 기업하는 사람들도 감청되지 않을까요. 국가정보기관이 정보를 취득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국회의원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당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머릿속까지 노출된 세상에 살고 있다”

사건을 겪고 나서 이 사무처장은 USB를 사용하는 버릇이 생겼다. 글을 쓰다가 자기의 이메일에 보내고 다시 다운받아 쓰는 방식은 버린 지 오래다. 위치추적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툭하면 핸드폰 전원을 끄기도 한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쓸 때면 아예 컴퓨터에서 인터넷 선을 빼버린다. 메일도 다 바꿨다. 국내 업체의 이메일은 쓰지 않는다.

“일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문서를 볼펜으로 쓰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열차 타고 지방에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찌되었건 인터넷을 쓰긴 해야 합니다. 전화와 인터넷 없이 지금 사회를 살 수는 없으니까.”

이 사무처장도 문제지만 가족과 지인들은 무슨 죄일까.

이경원 범민련 사무처장

이경원 범민련 사무처장ⓒ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어떡합니까. 노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통신기기를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막막한 겁니다. 누구와 메신저로 대화해도 조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유 내가 죄를 안 짓고 살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없어요.”

이 사무처장은 구치소에서 촛불집회 관련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잡혀온 사람들을 만났다. “글이 문제가 된다고 추적해서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지금도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들 리스트 뽑아놓고 추적하고 있을 걸요? 일반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안전할까요?”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한 법이 아니라 헌법 18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통비법에 대한 위헌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신 비밀을 침해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하게 하면 됩니다. 정보기관들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제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 반대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내용들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면 안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장비는 정부든 기업체든 구비를 못하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닙니까. 패킷감청은 그 자체로 위헌 아닙니까.”

인터뷰는 ‘전화통화’로 진행됐다. 인터뷰 내용은 과연 기자와 이 사무처장, 둘 만의 통화였을까?

이 사무처장은 “다 노출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먹쩍게 말했다.



<김동현 기자 mailto@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 2010-02-03 11:52:23
  • 최종업데이트 : 2010-02-03 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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