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사퇴 이후 MBC에선 무슨 일이?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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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 사퇴 후 논란이 증폭되기 시작했던 MBC 사태가 친여 성향의 신임 사장 임명 이후 극대화됐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국면이다. "MB 정권의 방송 장악을 위해 구성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선임한 낙하산 사장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던 MBC노조는 지금에 와서 왜 침묵하고 있으며, MBC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당초 엄 사장이 사퇴했던 이유는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엄 사장의 주요 추천 인사를 배제한 채 지난달 8일 MBC 임원 구성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을 상대로 그간 암묵적으로 반기를 들어왔던 엄 사장과 방문진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방문진은 '눈엣가시'인 엄 사장을 내치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결국 방문진은 모든 반대 세력들을 제거한 채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TV제작본부장, 안광한 편성본부장 등 주요 임원의 인사를 확정했으며, 결국 엄 사장은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노조 역시 임원진 출근 저지 투쟁, 총파업 투표를 실시하는 등 방문진과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에 MBC 측도 "파업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파업을 하면 주동자들이 처벌을 받게 된다"며 노조가 총파업을 가결할 경우 주요 간부들을 중심으로 징계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노조와 맞섰다. 이와 함께 방문진은 사실상 여당 이사들 주도 하에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고, 결국 친여 성향의 김재철 사장을 임명했다.

여기서 MBC와 노조의 갈등은 더욱더 고조되는 듯 했다. 노조는 사측의 사장 공모 과정에서 총파업을 가결했고, 김 사장 역시 임명 직후 노조의 총파업을 두고 "(노조가) 총파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노조는 김 사장 출근 첫날부터 저지 농성에 돌입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진실을알리는시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시민언론단체들도 지난달 26일부터 MBC노조와 연대투쟁에 나서면서 노조에 힘을 보탰다. 김 사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2일부터 첫 출근을 강행했고, 노조는 사흘 간 김 사장의 출근을 굳건히 막아냈다.

노조의 신임 사장 출근 저지 농성 사흘째 되던 지난 4일, 노조는 돌연 투쟁방향을 선회했다. 이는 김 사장과 이근행 노조위원장 간 독대가 발단이었다. 김 사장 측에서 이날 오전 이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노조가 이를 수락한 뒤, 양자는 MBC 사태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이날 이근행 위원장은 "사장이 방송의 독립성 등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많이 했다. 그러나 말로만 현 사태가 해결될 순 없다. 최소한의 증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김 사장에게 말했으며, 이에 김 사장은 "방문진과 정권에 맞서겠다. 믿어달라"며 "오후 열릴 방문진 이사회 결과를 봐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오후 노조는 사실상의 '백기투항'을 선언했다. 노조는 임원 두명에 대한 선임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김 사장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김 사장을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끝까지 맞서겠다는 기존 투쟁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노조는 "두 본부장이 교체된다면 (김재철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하고, 출근 저지 투쟁도 접을 것이며, 취임식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냈으며, 이후 일상에서 프로그램 공정성 투쟁 쪽으로 방향을 옮기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MBC노조의 행보와 관련해 지난 5일 열렸던 전국 MBC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다수로부터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상당수 노조 지부장들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중차대한 결정을 하며 왜 비상대책위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했냐", "파업을 목표가 따로 있는데 이런 식으로 풀어도 되냐" 등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겠냐", "싸움이 끝난 게 아니라, 과도기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MBC노조 투쟁을 지지하고 있는 언론단체들도 다소 당황한 기색이다. 언론단체들은 'MBC노조를 배제한 채 방문진과 맞설 것인지', '당사자가 사실상 투쟁 전선에서 물러난 상황에 외부에서만 개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등의 의견을 놓고 갈등에 빠져 있는 국면이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엄기영 사장도 압력에 못이겨 그만두긴 했지만 노조가 너무 빨리 타협을 했다. 타협보다는 항복을 한 것"이라며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우리가 촛불을 계속 들 필요가 있는지, 또는 MB정권의 언론탄압을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지, 사실 이 둘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 2010-03-09 09:46:45
  • 최종업데이트 : 2010-03-09 09: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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